국가유산청은 2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신라 왕경 발굴조사 10년의 성과를 공개하며, 그동안 월지 서편으로 알려졌던 신라 태자의 생활공간 '동궁'이 실제로는 월지 동편에 있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경주 월성 의례 유구 출토 주요 유물 사진 (국가유산청)
이번 공개회는 신라 왕경 핵심유적 14개소 중 월성과 동궁·월지 발굴조사의 주요 성과를 의례, 기술, 공예와 예술품 등 3개 주제로 나누어 진행됐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직접 설명에 나선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것은 신라 동궁의 실제 위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기존에 동궁으로 여겨졌던 월지 서편 대형 건물지가 아닌 동편 건물지가 실제 동궁이었음이 확인됐다. 월지 동편에서 발견된 건물지는 복도식 건물에 둘러싸인 구조로, 정면 5칸(25m)×측면 4칸(21.9m) 규모에 넓은 마당과 독립된 원지(정원 안의 못)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이 건물지는 기존 '동궁과 월지'와 연결되지 않은 독립된 배수 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서편 건물지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축 특징을 보였다.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연구진은 월지 동편 건물지를 태자의 공간인 동궁으로, 서편 건물지는 왕의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의례 관련 발굴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소는 지난해 12월까지의 추가 조사에서 의례용 제물로 추정되는 개 한 마리를 추가로 발견했으며, 주변에서 수정 목걸이가 담긴 옻칠 나무상자, 둥근고리칼, 상어 이빨, 1,200여 알의 콩 등 새로운 유물들을 확인했다. 특히 수정 목걸이는 실이 함께 보존된 상태로 발견되어 사로국 시기 신라의 의례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예품과 예술품 분야에서는 '진짜 동궁'의 북쪽 생활공간에서 발견된 상아 주사위(2017년)와 선각단화쌍조문금박(2022년)이 재조명됐다. 이 유물들은 신라 왕실의 최고급 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태자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통해 신라 왕경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새롭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화유산의 가치 발굴과 대중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