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분식회계’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이로써 2018년 말 시작된 이 사건은 5년 7개월 만에 ‘무죄’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이 과정의 출발점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제3차장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금 이들은 각각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여권 유력 정치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당시 이 사건을 주도하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 국민 앞에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검찰은 이 사건을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300여 명에 달하는 참고인 조사, 2270만건에 이르는 압수자료 분석, 860차례의 조사라는 수사 성과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과 2심 판단을 모두 인용하며,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검찰이 제출한 핵심 물증은 불법적 압수와 절차 위반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됐고, 전체 공소사실은 “추측과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법원의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검찰 수사는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먼 과잉수사,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기획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는 이 수사의 상징적 인물이었고, 그 뒤 정치에 발을 들인 후에도 공정, 정의, 법치를 주요 가치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자신들이 주도했던 수사가 무죄로 결론 났을 때조차 아무런 설명도,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과연 이들이 말해온 ‘공정’은 무엇이었고, 그 ‘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정치권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 삼성의 경영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지 한 기업 총수의 무죄 확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수사권이 어떤 방식으로 행사되고, 그 책임이 어떻게 추궁되는가에 따라 검찰의 신뢰, 나아가 법치주의의 본질이 결정된다.
더구나 한동훈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회장처럼, 자신 역시 과거 라임 수사 관련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워 정치적 명분을 쌓아온 인물이다. 본인의 수사에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당당히 맞섰던 그가, 정작 자신이 주도한 수사가 무죄로 끝났음에도 침묵하는 것은 그 이중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 앞에 이 사건의 결과에 대한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 수사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공권력은 그 결과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권력을 행사한 자의 최소한의 윤리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 총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권의 행사와 책임 사이에 단절이 존재할 수 없다는, 그리고 그 단절을 묵인하는 사회는 ‘공정’이나 ‘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은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힐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