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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⑤, “평화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 이현중 편집위원
  • 등록 2021-03-15 08: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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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

한국의 진보는 외교적 실력을 쌓아야


오태양 대표는 보수의 맹점과 진보의 한계를 거침없고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사진=최인호 기자)

공희준(이하 공) : 대표님께서 한국의 보수진영에게 북한과 연관해 두 번째로 전하시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오태양(이하 오) : 저는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천명해주기를 바랍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만 한다는 대명제에는 대부분의 일반 국민들과 대다수의 청년세대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타칭 보수 인사들은 북한과 한판 떠보자는 너무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얘기들을 공공연히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게 되면 남의 나라 땅에서 싸우는 셈이므로 그들이 일전불사의 호전적 자세를 취하는 게 일견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영토가 전쟁터가 되고 마는 우리는 미국과는 처지가 달라도 천양지차로 다릅니다.

 

세 번째 메시지는 인도주의적 성격의 현안들과 경제협력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보수 또한 전향적이고 적극적 태도를 보여 달라는 주문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보수진영이 견지하는 북한에 대한 태도와 입장은 대단히 경직되고 완고하기만 합니다. 이러한 완고함과 경직성은 한국의 보수가 남북한의 대결과 갈등에 편승해 다양한 형태의 이익을 오랫동안 향유해온 냉전주의적 기득권 집단의 영향력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데서 기인합니다. 저는 보수가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무리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비로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공 : 진보 측을 향해서도 뭔가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오 : 첫째는 우리나라 진보진영이 지나치게 낭만적 시선으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직시하기보다는 주관적 희망사항에 자꾸만 휘둘리는 풍조가 농후합니다. 예컨대 진보 쪽에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곧 실현될 것처럼 낙관하는데, 김 위원장이 머잖아 남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한 게 사실입니다.

 

둘째로 남북관계에도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보편적 원칙과 상식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대표적 사항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실태가 국제사회의 잣대로 평가할 때 굉장히 열악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우리 정부도 여기에 대해 분명하고 단호하게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공 : 협력할 건 협력하고, 문제를 제기할 부분은 제기하자는 취지인가요?

 

오 : 예, 그렇습니다. 북한을 향해서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따끔하게 비판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류 진보는 북한의 잘못을 비판하는 일에서 굉장히 소극적입니다.

 

공 : 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습성이 몸에 밴 탓입니다.

 

오 : 제가 진보진영에 셋째로 당부하고픈 내용은 실력을 갖추자는 것입니다. 특히나 외교력의 강화가 시급하고 절실합니다. 미국에게 쩔쩔매는 건 보수만이 아니었습니다. 진보도 미국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건 매한가지였어요. 그렇다고 해서 대중국 외교가 원활하게 작동해온 것도 아닙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과연 중국에 대해 실효성 있는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해놓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눈에 띄지를 않고요.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주안점을 두고 전개돼왔습니다. 저는 외교 방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운전 실력이 썩 뛰어났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지금으로서는 별로 없습니다.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탑승한 승객들이 자동차의 속도와 경로를 여태껏 오히려 좌지우지해온 양상이었습니다.

 

오태양 미래당 대표 겸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남북관계에 관해서는 진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고 보수를 향해서도 부정적인 모두까기 인형의 태세와 기조를 유지하는 인상이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한반도 평화의 기본전제

 

오태양 대표는 남북관계에선 정파에 구애받지 않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최인호 기자)

공 : 후보님께서 복안으로 갖고 계신 남북관계의 해법과 청사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오 : 종전선언은 남북한 간의 진정한 화해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입니다. 인간이 전쟁의 위협과 공포 없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입니다. 국민들의 평화로운 삶의 보장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완전하게 구현하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선언은 선언일 뿐입니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가시적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북한과 미국 간의, 남한과 북한 사이의 평화협정이 조속히 체결돼야만 합니다.

 

1단계인 종전선언과 2단계인 평화협정 체결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다음에는 3단계인 남북한 사이의 전면적인 경제협력 단계로 지체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실제로는 북한보다는 한국에게 훨씬 더 이로운 사업입니다. 그러므로 괜히 주저하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진보가 정권을 재창출하건, 아니면 보수가 국가권력을 탈환하건 간에 정권의 향방이나 이념적 성격과는 상관없이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착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일에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공 : 북쪽으로의 길이 광활하게 뚫리면 서울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될 수 있겠네요?

 

오 :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본격적 궤도에 진입하면 한국의 위상과 국력은 세계 어떤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층위로 도약할 게 틀림없습니다.

 

북한을 응시하는 관점은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도 분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대북관계 증진에 미온적인 사람들과 남북대화에 우선적으로 전념할 것을 채근하는 인물들이 진보 안에서 서서히 온도차를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오태양 대표는 후자의 범주에 의심의 여지없이 해당했다.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에서 10위권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인류 공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역할과 임무를 한국의 증대된 경제력에 상응하게 떠맡아야만 합니다. ‘책임국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지속가능한 평화의 기반 위에서 확고히 안정되지 않으면 책임국가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나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적지인 책임국가의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사적 과업에 천만 서울시민들께서 힘을 보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공 : 선거 준비로 바쁘신 와중에 다양한 주제들을 종횡무진으로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 두서없는 이야기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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