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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봉③,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경제결정론에 치우쳐”

  • 이현중 편집위원
  • 등록 2021-03-19 17: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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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소득은 돈도 없고, 희망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로 기능해야

이수봉은 대한민국 기본소득의 원조


이수봉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복수전에만 열중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최인호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정신은 없고 욕망만 있기로는 보수도 진보와 피장파장 입장이 아닐까요?

 

이수봉(이하 이) : 보수 또한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대정신이 부재하기는 진보와 매한가지입니다. 정확한 나침반 구실을 해줄 건전한 시대정신이 존재하지를 않으니 보수도 진보처럼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요즘 국민의힘이 상승세인데 그건 정당의 실력이 향상된 덕분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실수에 힘입은 운 좋은 반사이익의 산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장기적 전망 같은 게 있을 수 없지요.

 

시대정신과 장기적 전망이 결여된 세력들이 하나는 집권여당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하나는 제1야당으로서 군림하게 된 결과 우리나라 정치판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습니까? 능력도, 도덕성도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 재기인 정치집단들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그들만의 무의미한 복수혈전의 악순환이 지루하게 되풀이될 뿐입니다. 이런 지질하고 원초적인 이권싸움과 아귀다툼에는 ‘심판’이라는 단어를 붙여주기조차 민망할 지경입니다. 가수 태진아 씨가 부른 노래의 가사를 잠시 빌려 표현하자면 심판은 아무나 하나요?

 

공 : 민생당은 현실적으로 국회에 단 한 석의 의석도 갖고 있지 못할 정도로 지극히 당세가 미약한 원외정당입니다. 이렇게 힘없는 민생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적을 창조하기 위해 후보님께서 준비하신 비장의 전략과 정책이 있다면 이참에 소개해주세요.

 

이 : (의외로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솔직히 무슨 비장의 카드 같은 게 있겠습니까? 만약에 있으면 공희준 작가님께서 저에게 빨리 살짝 귀띔해주세요. (잠시 웃었다가 다시 긴장된 얼굴로) 제가 믿는 건 딱 세 가지입니다. 말과 글, 그리고 유권자들의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때마침 제가 지난달인 2월 하순에 책 한 권을 출간했습니다.

 

공 : 책의 제목이 뭔가요?

 

이 : 「제3정치경제론에 대하여」입니다. 「기득권 카르텔에 좌우는 없다」라는 부제를 달고서 출간된 책입니다.

 

공 : 부제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이 : 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약칭 민주노총)의 정책연구원장으로 일하던 무렵인 2009년 1월에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책자를 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문건이었습니다. 저는 그로부터 몇 달 후에는 역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으로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두 권 모두 기본소득에 관한 종합개설서 역할을 해주는 책들이었습니다. 이때 저와 함께 작업한 인물이 강남훈 한신대 교수와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였습니다. 강남훈 교수는 현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정책 전문가로서 자문하고 있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제가 기본소득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경한 화두들 던지자 노동계에서 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습니다. 노동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슨 돈을 주느냐는 게 비판의 골자였습니다.

 

공 : 사회주의 혁명가 레닌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고 일갈했으니까요. 원래는 성경에 기록된 금언인데, 악명 높은 유물론자였던 레닌이 그걸 기를 쓰고서 가져다 사용한 모습을 보면 소련의 국부에게 무지 공감이 가는 메시지였던 모양입니다.

 

이 : 그때도 지금처럼 너무나도 비극적인 일가족 집단자살 사건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돈만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서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심층적 연구를 수행한 결과 수중의 돈이 마른 데 더하여 마음속 희망마저도 고갈될 경우에 사람들이 애꿎은 가족들까지 데리고서 동반자살을 시도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됐습니다.

 

공 : 돈도 없고, 희망도 없으면 인간이 살아갈 힘을 완전히 잃기 마련이더라고요.

 

이 : 국민들은 전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되는 무시무시한 변화의 지진해일이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는 여기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효과적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지를 않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개인의 불행이 사회적 재앙으로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 정책의 본래 취지는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에 있습니다. 왜냐면 산업의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 거대한 격변이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의 도입을 더는 한시도 미뤄서는 안 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두 책 모두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데, 아쉽게도 두 권 전부 지금은 절판된 상태라 저자인 저조차 안타깝게도 이 책들을 구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공 : 위원장님께서는 본인이 우리나라 기본소득 정책의 원조임을 자부하고 계신 셈이네요?

 

이 : 저는 기본소득 정책을 한국에서 최초로 제안했다는 점에만 단순히 만족하거나 게으르게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목적 아래 「기본소득 네트워크」 운동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전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류 진보들은 기본소득을 불미스러운 정략적 의도를 갖고서 오용하기 일쑤입니다.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비과학적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공 : 그런 사례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 : 일례를 들자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같은 경우는 지나치게 경제결정론적인 관점에 매몰돼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경제결정론(Economic Determinism)은 모든 사상과 이념, 법률제도와 국가구조, 문화작품과 예술활동 등이 한 사회의 경제적 기초에 의해 그 본질과 특징이 규정된다고 주장하는 담론을 가리킨다.


더불어민주당 앞에는 더 크고 심각한 위기가 기다려


이수봉 후보는 자신이 기본소득 제도를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선도적으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미지는 이수봉 후보의 신간 서적인 「제3정치경제론에 대하여」 표지

공 : 경기도와 연접한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현상은 진보진영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과 염증이 증폭된 탓이 큽니다.

 

이 : 그렇죠. 저는 한국의 기존 진보진영의 의식과 행태를, 관행과 습속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아야겠다는 역사적 소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들의 삶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는 우리나라 진보를 바로세우는 중차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의 정의당은 아예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습니다. 저는 정의당이 시민들의 실질적 삶과 밀착하지 못한 채 관념론의 유희에 빠진 데 그 주요한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공 : 더불어민주당이 난조에 빠진 까닭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이 :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기득권 세력이 돼버린 일에 위기의 원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위기가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 : 어떤 위기인가요?

 

이 :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자기들이 기득권 세력의 일원에 편입됐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에 나서기로 결심한 건 현 집권세력의 그러한 무지함과 불감증을 이대로 계속 방치했다가는 서울시민들의 민생이 완전히 파탄날 것이란 절박한 위기의식의 발로 때문이었습니다.

 

공 : 더불어민주당이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됐다는 데에는 문재인 정권의 집토끼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지사의 여론조사 지지율만은 이례적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 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에도 사소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단적으로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나눠준 소비 진작 용도의 돈까지 합쳐지면서 기본소득을 둘러싸고 빚어진 혼선이 더욱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재난지원금은 특정한 재난상황에 발맞춰 재난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은 개인과 계층에 한정해 지급돼야 하는데 지금 그러한 원칙과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④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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