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재명은 어떻게 약팀이 되었나

  • 이현중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21-07-19 18:42:23
기사수정
  • 정치인 이재명은 자연인 이재명과 다르게 꽃길만 걸어와

흔들릴 대선주자는 흔들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거대한 착시가 당사자인 이재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윤석열과 이재명의 양강구도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이 흔들리니 윤석열도 흔들리는지, 아니면 윤석열이 흔들리니 이재명 또한 덩달아 흔들리는 것인지는 나중에 차분히 따져볼 일이다. 관건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랫동안 당내에서 만끽해온 대세론에 빨간불이 심각하게 켜졌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세가 최근 들어 주춤하는 현상은 일정하게 예견된 사태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선출직 공직을 경험한 적이 없는 윤석열이 대권도전 선언 이후 현실정치의 양축인 메시지와 동선 전부에서 미숙함을 드러낸 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윤석열의 잇따른 제구력 난조를 전직 야구감독 김재박의 명제에 빗대 정리해 표현하자면 “흔들릴 사람이 흔들리는 것”일 뿐이다. 전연 흔들리지 않으면 그게 되레 이상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경선에서 갑자기 고전하는 것인지 의아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적잖은 이들이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과 정세균 두 전직 국무총리 같은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기세 좋게 완파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유에서일 터이다.

 

윤석열은 흔들릴 사람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재명은 고전할 사람이 고전하는 것이다. 고전할 사람이 고전하는데도 이를 뜻밖의 이변으로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 다름 아닌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거대한 착시효과다. 즉 그가 엄청나게 고생한 인물이라는 세간에 널리 확산된 고정관념이다.

 

맞는 얘기다. 이재명은 엄청나게 고생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고생담은 자연인 이재명에게 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의 이재명은 거의 언제나 편안한 꽃길만을 걸어왔다. 엄청나게 고생한 자연인 이재명으로부터 파생된 잔상이 편안하게 꽃길만 걸어온 정치인 이재명의 이미지를 아직까지는 압도적으로 포장ㆍ착색해주는 까닭에 “이재명=고생 많이 한 정치인”이라는 거대한 착시현상이 유발ㆍ유지되어온 셈이다.

 

정치인 이재명도 물론 고생은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휴일도 없이 근무한다. 허나 이러한 고생은 여야와 정파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치인들 역시 통상적으로 겪고 있는 일상사이다. 심지어 국민들에게 밉상으로 낙인찍힌 구태 정치인들 대다수도 연중무휴로 하루 종일 일한다. 문제는 그들이 잘못된 목표를 향해 잘못된 수단으로 일한다는 것이겠으나….

 

2010년 지방선거가 치러진 다음의 성남은 민주당 계열의 정당에서 공천한 정치인이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되는 도시였다. 현재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인 은수미 전 의원이 바로 살아 있는 막대기의 표상이다. 정치인 이재명에게 힘들었던 사건은 그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였을 시점 정도다. 전해철이 대중성이 치명적으로 결핍된 철저한 밀실형 정치인임을 감안하면 이재명에게 전해철 장관은 넘지 못할 강적은 아니었다.

 

이재명의 대진운은 여기까지

 

이재명을 국가대표 축구팀에 견주면 그는 무실점으로 전승을 기록하며 월드컵 1차 지역예선을 수월하게 통과한 모양새이다. 문제는 그에게 연전연승 행진을 헌납한 주인공이 세계축구의 변방에 위치한 동남아 여러 나라의 대표팀이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의 본격적 시험대는 월드컵 대회의 2차 지역예선을 기점으로 삼아 항상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곳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강호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정세균과 이낙연은 중동축구의 맹주 사우디와 침대축구의 대명사 이란에 비견될 수 있는 만만찮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이 동남아 지역의 비실비실한 약체팀들을 연파하는 영상을, 그것도 멋진 하이라이트 장면 위주로 특별히 편집된 동영상만을 시청했을 이재명 지지자들에게 바지를 내리겠다는 돌출발언을 정세균 앞에서 내뱉었다가 자승자박에 빠진 이재명은, 호남권 여론조사에서 이낙연에게 역전을 허용한 이재명은 그들이 알고 있던 이재명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의 이재명이다.

 

본질은 이재명이 달라진 게 아니다. 상대방이 약팀에서 강팀으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호락호락하게만 여겨졌던 박용진 의원마저 이재명을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난처한 궁지로 몰아넣었다. 왜냐? 박용진이 이란이나 사우디 급은 못될지언정 최소한 중동의 다크호스인 바레인이나 카타르 위상은 되기 때문이다.

 

이기려면 잊어야 한다. 약팀을 상대로 국제축구연맹이 시상하는 ‘푸스카스 상’을 수상할 만한 멋진 골을 연거푸 터뜨린 짜릿한 환희의 기억을 당장 깨끗이 잊어버려야만 한다. 축구 이야기로 다시금 돌아가자면 1차 지역예선에서 거둔 성적표는 2차 예선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이재명 지사가 누리는 높은 여론조사 지지도는 1차 예선에서의 무득점 전승 기록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전이 본궤도에 진입하면 참고자료조차 되지 못하는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도, 운동경기도 늘 상대적이다. 약팀과 경기할 때는 누구나 다 멋지고 화려해 보인다. 그러다 강호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급격히 시들시들 초라해진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군림하던 시절의 이재명은 대진운이 참 좋았더랬다. 유리한 대진운은 드디어 막을 다했다. 이제부터는 약팀과 겨룰 때의 하이라이트 필름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진정한 실력으로 승부할 때이다.


0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재명 대통령, 취임 59일 만에 시도지사 간담회 개최... “균형 발전은 국가 생존 전략”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59일 만인 2025년 8월 1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균형 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수도권보다 지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도지사들은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한미 관세 협상에 감사를 표했으며, 지방분권...
  2. KB부동산, LH청약전용관 서비스 선보여 KB국민은행(은행장 이환주)은 부동산 종합 플랫폼 ‘KB부동산’에서 공공 청약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LH청약전용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업무협약(MOU)을 기반으로 민간 플랫폼 중에서는 최초로 LH분양주택의 청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LH청약전용관’은 청약 ...
  3. 호우특보 발령에 중대본 1단계 가동…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라 전라·충청권 서쪽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되면서 행정안전부가 오늘(3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중대본부장인 윤호중 장관은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행정안전부는 전라·충청권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호우 특...
  4. 배우 박보검, 2025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 위촉…‘출구 없는 매력’ 알린다 ‘출구 없는 매력의 한국 관광’을 알릴 새로운 얼굴로 배우 박보검이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7월 29일 ‘2025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로 박보검을 공식 위촉하고, 글로벌 홍보 캠페인 ‘네버 엔딩 코리아(Never Ending Korea)’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문체부는 24일, 한국 관광 홍보 유튜브 채널 ‘I...
  5. 휴가철 인기제품 온라인 광고 집중 단속… 부당광고 719건 적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7일부터 18일까지 휴가철 온라인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식품과 의료제품을 집중 점검한 결과, 총 719건의 불법·부당광고를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이번 점검은 다이어트 보조식품, 붓기 제거 차, 자외선 차단 식품, 모기기피 제품 등 여름철 수요가 높은 제품의 허위·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6. 美 25% 상호관세 D-7… 정부, 막판 총력전 속 '윈-윈' 해법 찾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는 8월 1일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며 계속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양국이 조만간 합의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
  7. ‘한양의 수도성곽’,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 조선의 수도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된 ‘한양의 수도성곽’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7월 31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한양의 수도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한양의 수...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