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소비자 블랙박스 설치가 제도개선?...국토부의 황당한 `급발진` 후속 조치

  • 최인미 기자
  • 등록 2023-11-02 11:24:03
기사수정
  • 국정감사 지적 이후 뒤늦게 업계 협의내용 제출한 국토부
  • EDR 페달압력값 기록 여부는 선택, 페달 블랙박스 비용은 소비자와 보험사에 전가
  • 허영 의원, “제도개선 과정을 국민께 열어놓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잇따르는 급발진 의심사고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지지부진한 대책으로 인해, 이번에도 ‘자동차 제작업계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개선안 및 주요 논의결과`에 따르면, 핵심 대책으로 논의 중인 제동 압력값, 페달 블랙박스 설치 등 사고 원인규명을 위한 조치는 모두 제작사에 아무런 부담도, 강제력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영 의원의 급발진 의심사고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관련 내용을 보강한 자료를 추가 제출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허 의원의 당부에 적극 검토의 취지로 답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추진 경과를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협의 중이거나 검토 중이라고만 답변하여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국토부가 새롭게 제출한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개선안 

하지만 국토부가 새롭게 제출한 답변 역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허 의원은 지적했다.

 

우선 ‘EDR(사고기록장치) 기록항목 확대’에서 급발진 의심사고 입증을 위한 핵심 항목인 ‘마스터 실린더 제동압력’의 경우 ‘선택항목’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선택항목은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필수항목’과는 달리 강제력이 없다.

 

국토부는 개정된 국제기준에 따라 필수항목을 55개로 확대한다고 하나, 이에 제작사들은 특별한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로는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자동차라는 제품의 특성상 국제기준과 동기화하는 것이 제작사에게도 충분한 유인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새롭게 제출한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개선안 

나머지 하나인 ‘페달용 블랙박스 설치’의 경우 차량 구매시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옵션화하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사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에 업계는 가격 등을 이유로 소비자가 해당 옵션 판매에 공감할지 의문이라며, 영상은 보험사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보험료 인센티브로 장착을 유도하고, 제작사는 소비자에게 블랙박스 제조·판매자를 연결만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문제는 이른바 ‘사제’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은 지금도 소비자들이 자비를 들여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제작사들하고만 진행한 협의라고는 하지만, 개선안을 논의한 결과가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이전과 비교하여 아무런 변화도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허 의원의 지적이다.

 

이와 같은 국토부의 소극적인 대책 마련은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입증책임 전환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용 곤란’ 입장과도 크게 기조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근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감정에 나섰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기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허영 의원도 급발진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관련 기록 자료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국토부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이렇게 확보된 자료를 제작사 등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제출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도 법안심사 중 기존의 여러 법안에서 받아들였던, 허영 의원 개정안의 ‘법원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허영 의원은 이와 같은 취지로 지난 10월 27일 국토위 종합감사에서 원희룡 장관에게 재차 대책 보완을 당부한 바 있다.

 

허 의원은 “개선안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국토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이 느낄 부담에 더 마음을 쓴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국토부는 지금부터라도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나 관련 분야의 전문가 등과 적극 협의해서 ‘개선안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재명 대통령, 취임 59일 만에 시도지사 간담회 개최... “균형 발전은 국가 생존 전략”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59일 만인 2025년 8월 1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균형 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수도권보다 지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도지사들은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한미 관세 협상에 감사를 표했으며, 지방분권...
  2. KB부동산, LH청약전용관 서비스 선보여 KB국민은행(은행장 이환주)은 부동산 종합 플랫폼 ‘KB부동산’에서 공공 청약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LH청약전용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업무협약(MOU)을 기반으로 민간 플랫폼 중에서는 최초로 LH분양주택의 청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LH청약전용관’은 청약 ...
  3. 호우특보 발령에 중대본 1단계 가동…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라 전라·충청권 서쪽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되면서 행정안전부가 오늘(3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 비상 근무에 돌입했다. 중대본부장인 윤호중 장관은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행정안전부는 전라·충청권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호우 특...
  4. 휴가철 인기제품 온라인 광고 집중 단속… 부당광고 719건 적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7일부터 18일까지 휴가철 온라인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식품과 의료제품을 집중 점검한 결과, 총 719건의 불법·부당광고를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이번 점검은 다이어트 보조식품, 붓기 제거 차, 자외선 차단 식품, 모기기피 제품 등 여름철 수요가 높은 제품의 허위·과장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5. 배우 박보검, 2025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 위촉…‘출구 없는 매력’ 알린다 ‘출구 없는 매력의 한국 관광’을 알릴 새로운 얼굴로 배우 박보검이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7월 29일 ‘2025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로 박보검을 공식 위촉하고, 글로벌 홍보 캠페인 ‘네버 엔딩 코리아(Never Ending Korea)’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문체부는 24일, 한국 관광 홍보 유튜브 채널 ‘I...
  6. 美 25% 상호관세 D-7… 정부, 막판 총력전 속 '윈-윈' 해법 찾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는 8월 1일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며 계속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양국이 조만간 합의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
  7. ‘한양의 수도성곽’,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 조선의 수도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된 ‘한양의 수도성곽’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7월 31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한양의 수도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한양의 수...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