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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시작점 'VIP 격노설' 실체 밝혀지나

  • 김인규 기자
  • 등록 2024-05-24 17: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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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가 진술·녹취 확보…'전달자 지목' 김계환 3차 소환 검토
  • 임기훈 前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안보실로 수사 확대 가능성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VIP 격노설'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5월 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뿐 아니라 다른 해병대 고위 간부에게서도 격노설을 들었다는 추가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녹취 파일까지 확보하면서다.


그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 등 핵심 피의자들이 격노설의 존재를 극구 부인해 '진실 공방' 단계에 머물렀는데, 진술과 물적 증거가 잇따라 나온 것이다. 이에 공수처 수사도 '윗선'을 향해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30일 오후 4시30분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박 전 단장으로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8명의 간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결재했는데, 다음날 이를 돌연 번복했다.


이를 기점으로 이뤄진 이첩 보류, 자료 회수, 국방부의 재검토 등이 부당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그런데 박 전 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로 이 전 장관이 결정을 번복한 것이라고 김 사령관이 말했다고 주장한다.


김 사령관이 자신에게 "오늘(7월 31일) 오전 11시에 대통령실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대통령이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수사 결과 보고를 듣자마자 '국방부 장관을 연결해라'라고 하면서 군사 관련 보고 받은 것 중에 가장 격노하셨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 전 장관 지시의 시발점이 윤 대통령의 '격노'이므로,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는지도 수사로 밝혀야 할 지점이 된다.


박 전 단장의 부하들인 해병대 박모 중앙수사대장과 최모 수사지도관이 지난해 8월 말 군검찰에서 한 진술도 이와 일치한다.


지난해 7월 31일 늦은 오후 김 사령관과 회의한 후 돌아온 박 전 단장이 "대통령이 보고받으며 (국방부) 장관에게 통화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이 처벌받으면 사단장을 누가하느냐'라고 말을 했다더라"고 말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박 전 단장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격노설을 들은 직후 휘하 중수대장실에서 작성한 '채상병 사건의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란 제목의 A4용지 1장짜리 문서를 꼽는다.


여기에는 '수사 과정에서 상급 제대 의견에 의한 관계자 변경 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 언론 등 노출될 경우 BH 및 국방부는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은 대통령 얘기를 수사단에 복귀해 구성원들에게 전했기 때문에 이 문건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는 게 박 전 단장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부터 정오께까지 안보실이 참여하는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VIP의 격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전 장관 입장도 같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사실이 없고, 그 누구에게도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 이것이 실체적 진실"이란 내용의 3차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처럼 격노설을 둘러싸고 박 전 단장과 대통령실·국방부 사이 진실 공방이 이어졌는데, 최근 공수처가 김 사령관으로부터 격노설을 들었다는 해병대 고위 간부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격노설의 존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간부 A씨는 최근 공수처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지난해 8월 1일 해병대 간부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회의 뒤 김 사령관과 A씨가 격노설을 시사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녹음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지워진 파일을 복구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21일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을 상대로 대질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사령관이 "대질시키면 조사실을 나가버리겠다"며 강하게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수처는 격노설과 관련한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함과 동시에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김 사령관에 대한 3차 소환조사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실과 안보실로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장관의 결재 번복을 전후해 김 사령관과 통화한 임기훈 당시 안보실 국방비서관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 군검찰에서 간단한 서면조사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상황에 따라 조태용 전 안보실장, 임종득 전 안보실 2차장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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