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공정경제 3법 양날의 검인가①] 존폐 기로에 선 공정위 ‘전속고발권’

  • 윤민욱 기자
  • 등록 2020-10-19 19:45:03
기사수정
  • 정부·여당, 공정위 ‘전속고발권’ 독점으로 폐해 커 폐지
  • 경총 “고발 난무...위기상황에서 기업 경영 위축” 반대

지난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경총 소속 대기업 사장단은 이낙연 대표에게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운 가운데 정부여당 중심으로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입법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애로사항을 전달했지만, 이 대표는 “늦출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아이엠뉴스=홍진우 기자] 정부는 지난 8월 25일 ‘상법’ 일부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그룹 관리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공정경제 3법은 다중 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전속고발제 폐지, 사인의 금지 청구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 건전성이 확보되는 등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위축시켜 경제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악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오히려 각종 규제와 족쇄로 기업 경영을 더 위축시킨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전속고발권’ 폐지...공정위 스스로 자초


공정경제3법 중 전속고발권 폐지는 ‘고발 남발,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적인 조사에 따른 기업 부담과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2018년 11월 1일자 KEF e매거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주요 내용과 문제점')고 경제인총연합회(이하 경총)는 분석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현행 제도는 기업의 가격·입찰 담합 등 불공정행위가 벌어져도 공정위의 고발이 없이면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는다. 기업이 이 법을 위반해도 공정위 고발 없이는 수사를 하거나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심지어 피해자들조차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은 이런 이유로 공정위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고위공직자를 자신의 기업으로 끌어들인다. 이들은 기업을 위해 전관을 내세워 공정위에 로비를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업에 대한 고발권을 독점하면서 나온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목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에 공정위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폐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공정위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순환출자 강화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처분해야 하는 통합 삼성물산 주식 수를 1000만 주에서 500만 주로 줄여줬다는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계, 고발 남발·공정위와 검찰 이중 조사에 따른 기업 부담 반대


이미지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아이엠뉴스 자료사진)

전속고발권은 형벌 필요성 여부를 전문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행정적 제재로 규제할 수 있는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서 무리한 형벌 적용을 피하자는 취지라는 설명한다. 

 

헌법재판소도 1995년 공정위의 고발권 불행사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전속고발제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말하자면 기업의 문제는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조사를 한 뒤 형사처벌이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다. 재계는 공정위의 조사를 거치지 않고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에 불만을 가진 개인, 단체, 기업이 무분별하게 고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면 기업 이미지 훼손 등 부정적인 영향과 조사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불거질 경우 조사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도 재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지난달 2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대강당에서 열린 ‘독이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 토론회에서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최 원장은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든지 기업에 대한 고발이 가능해지는 만큼, 최종적으로 무혐의를 받는 사안이라도 기업의 입장에선 조사·수사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기업활동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0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무죄 확정…4년 10개월 재판 끝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1·2심과 같은 무죄 판결을 내리고 검찰의 상고를 기...
  2. 온라인 플랫폼이 불러온 자영업 양극화…“성장잠재력 있는 곳에 금융 집중해야”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이 자영업자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 속에, 정부의 자영업 금융지원이 성장잠재력이 큰 업체에 집중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정희완 한국은행 지역경제조사팀 과장은 1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온라인 플랫폼 성장은 자영업 경영성과의 격차를 .
  3. 김민석 총리 "제2의 IMF급 경제위기, 범국가적 에너지 모아야"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경주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의 하계포럼 개회식에서 현재 경제상황을 `제2의 IMF`에 비유하며 구조적·복합적 위기 극복을 위한 범국가적 에너지 결집을 강조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오후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개최된 제48회 대한상의 하계포럼 개회식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강한 ...
  4. KB부동산, LH청약전용관 서비스 선보여 KB국민은행(은행장 이환주)은 부동산 종합 플랫폼 ‘KB부동산’에서 공공 청약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LH청약전용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업무협약(MOU)을 기반으로 민간 플랫폼 중에서는 최초로 LH분양주택의 청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LH청약전용관’은 청약 ...
  5. 올해 2분기 부패·공익신고자 44명에 6억5천만 원 보상금 지급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올해 2분기 동안 부패 및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44명에게 총 6억 5천만 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의 신고를 통해 공공기관이 회복 결정한 수입은 약 65억 원에 달한다.분야별로는 ▴연구개발 1억 9천만 원(28.4%) ▴의료 1억 7천만 원(26.2%) ▴산업 1억 4천만 원(21.7%) 등 세 분야가 전체 보.
  6. 배우 박보검, 2025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 위촉…‘출구 없는 매력’ 알린다 ‘출구 없는 매력의 한국 관광’을 알릴 새로운 얼굴로 배우 박보검이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7월 29일 ‘2025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로 박보검을 공식 위촉하고, 글로벌 홍보 캠페인 ‘네버 엔딩 코리아(Never Ending Korea)’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문체부는 24일, 한국 관광 홍보 유튜브 채널 ‘I...
  7. 美 25% 상호관세 D-7… 정부, 막판 총력전 속 '윈-윈' 해법 찾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는 8월 1일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막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과의 협상 상황을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며 계속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양국이 조만간 합의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